신혼여행지에서 다른 여자와 함께 사라진 남편.
배신에 대한 충격으로 절망뿐이었던 혜수의 앞에
추억 속 그녀의 아름드리나무, 류해진이 나타났다.
“나랑 연애할래요?”
“이러지 마.”
“운명이라는 개소리한 거, 후회할 거예요.
내가 아는 문혜수의 운명은, 그래도 류해진이니까.”
왜 하필 지금 이 순간일까 하는 원망도 잠시,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를 허락했다.
“부담 줄 생각 없어요. 그렇지만 청춘의 치기로 생각하진 말아요.”
“…….”
“어떤 각오도, 책임감도 없이 시작한 거 아니니까.”
밀어내려 할 때마다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 해진.
하지만 남편이 남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나랑 잘래요?”
“나는 이미 결혼까지 해 봐서 그 끝이 결국 후회라는 걸 알아.”
“후회는, 내가 혜수 선배를 놓칠 때마다 했어요.”
그렇게 그는 온순한 짐승처럼 제 목덜미를 내주었다.
촉촉한 눈동자로, 땀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머리카락으로.
그에게 언제부터 사람을 뜨겁게 하는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지 묻고 싶었다.
<작품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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