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기나 칠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현욱의 입가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1년쯤 살다가 이혼하는 거야.”
“무슨 수로요?”
“내가 교통사고가 나서 온지수에 대한 기억을 다 지우는 거지.
다른 건 다 기억하는데 온지수만 모르는 거로.”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게 해야지.”
세상 어려울 게 없는 남자의 제안.
불가능할지 몰라도 한 번은 저런 남자에게 기대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계약서 써요, 지금 한 말 하나도 빼놓지 말고.”
지수의 말이 끝나자 현욱은 기다렸다는 듯 계약서를 꺼냈다.
“대체 이건 언제 준비한 거예요?”
“지난주부터.”
“…….”
“내가 꽤 계획적이거든.”
지수는 알지 못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현욱이 저만 계속 보고 있었다는 걸.
표지 일러스트 : 푸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