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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序章 〈一〉 풍운(風雲)의 시작
호북성(湖北省) 깊숙한 곳, 안개와 구름에 잠겨 있는 영봉(靈峰) 하나가 있었다.
골짜기는 청유(淸幽)했고, 삼림(森林)이 울울창창하여 대낮이라 해도 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저녁 무렵.
늦가을 한풍(寒風)이 오싹하게 여겨질 무렵이었다.
이 곳이 바로 구궁산(九宮山)인가?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유곡(幽谷) 안으로 들어서는 흑삼문사(黑衫文士) 하나가 있었다.
몸가짐이 조용하고 신색이 청수한 흑삼인의 나이는 마흔 전후로 여겨졌다.
백지(白紙)같이 창백한 얼굴에 가을 호수같이 맑은 눈빛을 지닌 흑의인의 등에는 세 자 길이 고검(古劍) 하나가 비끄러매어져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의 몸놀림이었다.
그는 유유자적 걷는 듯 보였으나, 그 속도는 연기가 흐른다 여길 정도로 쾌속(快速)하지 않은가?
유성(流星)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듯한 몸놀림이었다.
흑의문사의 얼굴은 부드러운 가운데 침범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렸으며, 옷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움직이는 자세는 한 마리 흑룡(黑龍)같이 늠름해 보였다.
하나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그리고 미간(眉間)에 서려 있는 푸른 기운(氣運)은 예사로이 볼 것이 아니었다.
휙-!
흑삼문사의 신형이 갈수록 빨라졌다.
축지성촌(縮地成寸)을 능가하는 육지비행술.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검은 연기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돌연 숲이 사라지고 삼면이 곧 무너질 듯 위태로운 석벽으로 이루어진 석곡이 나타났다.
뼈를 묻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군.
담백(淡白)한 가운데 초연(超然)한 기질을 갖고 있는 흑삼문사는 빠른 신법을 펼치다가 석곡 입구에 이르러 일단 걸음을 멈추었다.
부러진 칼날처럼 솟아오른 바위들, 그 사이를 스물거리며 흘러다니는 귀기(鬼氣) 어린 안개.
석곡의 입구는 지옥도(地獄圖)와 다를 바 없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일대의 공기가 흑삼문사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급격히 냉각되었다.
살기(殺氣)!
극심한 살기로 인해 일대에 무서리가 내릴 정도였다.
흑삼문사의 눈빛이 푸른빛 전광으로 타올랐다가 이내 예의 담담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풍운벽쇄진(風雲壁鎖陣)이라… 이 정도면 완벽하군.
풍운벽쇄진.
제갈무후의 팔진도를 능가하는 완벽한 포진술이다.
건곤(乾坤)을 가두고 풍운을 잠재운다는 희대의 절진. 그것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절정의 고수 이백이 필요하다.
인기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