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돼. 네가 그런 눈으로 볼 때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 품.
하지만 그곳 역시 수현에겐 또 다른 감옥이었다.
“누가 봐도 불행에 젖은 눈빛.”
다정함에 기대 마음을 고백해 버린 그날.
그가 원한 것이 제 마음이 아님을,
그저 몸을 나누자는 뜻이었음을 알아 버렸으니까.
“그렇게 버티면 좀 달라져?”
“……버티니까 달라지더라고요.”
철저히 감정을 배제한 관계.
그래야만 수현은 그의 곁에 머물 수 있었다.
구원해 줄 것처럼 내밀었던 손이 제 목을 졸라도.
“그래.”
그를 증오하는 만큼.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 참아 봐. 어디 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