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 가식을 떠는 건가?
차라리 솔직하게 내 몸을 원한다 말했다면 덜 가증스러웠을 텐데.”
19금 로판 속, 남주의 혐오를 한몸에 받는 호색한 악역 영애 ‘샤론’에 빙의했다.
제국 최고의 망나니이자, 수인 남주를 장난감으로 만들고자
지독히 괴롭히다가 훗날 황제가 된 그의 손에 죽게 되는 캐릭터.
“난 네 몸을 바랐던 게 아니야. 그러니 날 그렇게까지 경계하지 않아도 돼.
네 몸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을 거니까.”
원작의 끔살 엔딩을 피하기 위해.
색을 멀리하는 참한 영주가 되어 보이고자 눈물의 환장쇼를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늑대 수인 혈통인 남주를 구원할 ‘운명의 흰 사슴’이 나라고?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 흰 사슴,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장난감이 필요 없다고? 그자는 자기가 일개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진 않던데.
당신이 어지간히 총애한 모양이야.”
“말해 봐. 당신이 밤마다 뭘 그리 약조했길래
그자가 그리도 건방지게 당신에게 매달린 거지? 귀족 영애의 몸에 손까지 대가면서.”
“날 똑바로 봐, 샤론. 난 그대가 죽음으로 도망치게 놔둘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수인 남주를 위한 진정제, ‘흰 사슴’의 효과는 대단했다.
죽일 만큼 나를 혐오하던 성군 남주가, 갈증에 미쳐 날뛰는 수컷이 되어 버렸다.
이거 이대로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