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빈대도 아닌 것이 총각의 집에 얹혀살았다.
결혼 적령기의 男 앞에서 스무 살 처녀인 女는 거침없이 옷을 벗기도 했다.
男은 어디다 시선을 둬야할지 몰랐다. 女는 男을 남자로 보지 않았다.
男 역시 女를 여자로 보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男과 女의 동거는 이상했다.
男과 女는 분명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었다.
연인 사이도 아니었다. 男과 女는 각기 다른 방에서 잠을 잤다.
서로의 생활에 대해 일체 간섭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의무와 권리도 없는 사이지만 男은 女를 각별히 돌봤다.
女의 속옷 빨래도 男의 몫이었고, 요리와 청소도 당연히 男이 했다.
女는 공주처럼 특권만을 누렸다.
女는 男에게서 술값도 타서 썼고 용돈도 타서 썼다.
女의 재수학원 수강료도 男의 몫이었다.
男이 女의 마음을 끌기 위한 투자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男은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