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 도망칠 기회를 줬어. 그러니 잊지 마.
이 상황까지 오게 만든 건 너야. 네가 선택한 거라고.”
원망하듯 말하는 윤도의 얼굴에 혐오감이 번졌다.
“잊지 않았어요. 후회하지도 않고.”
태린은 잊지 않았다.
이 오만한 눈빛을 한 남자와의 결혼도.
사랑 없이 서로의 이익만을 앞세운 계약도.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걸.
“지금이라도 못 하겠다면 말해. 마지막 기회니까.”
“하겠어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밤 시중도 들겠다?”
윤도의 눈에 조롱이 걸렸다.
“난 어린애가 아니에요. 내가 한 선택엔 내가 책임지겠어요.”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는 태린을 보며 윤도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좋아, 어린애가 아니라니 다행이군.
내가 원하는 대가는 네가 어린애면 곤란한 일이거든.”
태린은 자신 있었다.
이 남자의 가짜 와이프 노릇도.
그리고 이 남자에게 계약 조건 이상으로 더 원하지 않는 것도.
하지만.... 그를 알아갈수록 자꾸만 욕심이 난다. 자꾸만 더 원하고 싶어진다.
“더 애원해. 더 청해.”
윤도가 속삭였다. 태린은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윤도가 태린의 젖은 속눈썹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네가 원하면, 네가 상상도 못 할 것들까지 모두 줄 테니까.”
정말로 더 원해도 되는 걸까? 그의 전부가 욕심난다고 말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