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구속은 유죄? 아니면 무죄?
끔찍한 교통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경은,
할아버지와 약혼녀를 잃은 혁민과의 악연을 피해 6년 동안 도망자의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주홍글씨처럼 새겨진 이마의 흉터는 그들을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만나게 한다.
복수를 다짐하는 혁민은 나경에게 아이를 낳아주면 놓아주겠다고 얘기하는데….
「진나경 씨」
「사람을 잘못 보셨어요」나경은 뒤돌아보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는 아예 뛰기 시작했다.
그때 건장한 남자들이 앞을 막아섰다. 공포가 밀려와 소름이 쫙 돋았다.
도망갈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숨을 몰아쉬는데
꿈에서조차 보이던 남자의 모습에 온몸이 굳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남자의 손이 그녀의 앞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는 상처자국을 찾았다.
「진나경, 이래도 아니라고 부인할 텐가?」혁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대단해. 6년 동안이나 도망 다니다니, 놀라울 정도야.
하지만 이제 끝났어. 넌 이제 나한테 잡힌 거야」
나경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혁민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그가 내뿜는 증오를 손으로 만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미칠 듯이 튀어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대로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