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다고 했잖아요.”
“외간 남자와 놀아난 것으로도 모자라 남의 씨를 뱄다는 걸 알기 전에는 그랬지.”
신랄한 그의 말이 비수가 되어 박혔다.
“……이혼해 줘요.”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권리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지영의 두 뺨 위로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쿵!
세민의 안에서 정체 모를 무언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족쇄나 다름없던 정략결혼.
단 하루도 이혼을 바라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런데 왜,
지영의 임신 소식에 배신감을 느끼고
눈물에 주먹을 꽉 쥐며
지영이 없는 집 안을 쓸쓸해하는 건지.
“내가 이혼해 줄 때까지 이혼은 꿈도 꾸지 마.”
그토록 바라던 이혼이 하기 싫어졌다.
“여기 있어. 아직은 부부니까.”
풀리려는 족대를 제 목에 다시 채웠다.
이혼하는 순간, 죽을 것만 같아서.
……이혼이 위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