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다.
그리고 땅은 깊은 곳이다.
한 무리의 무사들은 칠흑처럼 검은 옷을 걸쳤으며, 다른 일단의 무리는 눈보다 새하얀 백의를 입었다.
전혀 다른 흑백(黑白)의 두 옷은, 그러나 쉽사리 구분되지 않고 있었다.
붉은 빛!
흑백의 두 옷가지에 한결같이 낭자한 선혈들이 쉬지 않고 꽃을 피워 올린 까닭이다.
지금 장내는 매우 조용했다.
숨소리조차 오직 한 줄기만 들려올 따름이었다.
하지만 불과 조금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전혀 조용하지 못했었다.
선연한 붉은 피의 무지개와 어울려 귀를 찌르는 비명소리와 아우성으로 덮여 가히 규환지옥을 방불케 하였었다.
백의 무사 하나가 흑의 무사의 목젖을 검으로 찌르면, 그 순간 이미 또 다른 흑의 무사의 연월도가 백의 무사의 두개골을 잘라내어 버리곤 했었다.
둔탁한 절단음!
비릿한 내음과 함께 흘러내리는 회색의 유기물!
끈적한 전율이 몸을 감싸오지만, 무사에겐 그러나 회심의 미소를 지을 여유조차 없었다.
잘라낸 적의 뇌수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무수한 백의 무사들의 창날이 그의 몸을 꿰뚫고 있었으므로.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조용해졌다.
스물 다섯의 백의 무사는 모두 죽었고, 역시 스물 다섯의 흑의 무사들 중 단지 한 명만이 살아남았다.
유일한 한 줄기 숨소리의 주인이 바로 그 유일한 생존자였다.
시관호(施觀昊)!
제일장. 소림에서.
제이장. 다시 만난 소불.
제삼장. 태평루의 천상원.
제사장. 지부대인 장학림(張學臨)
제오장. 백마사(白馬寺)에서.
제육장. 흑랑채로 돌아오다.
제칠장. 두 사람의 죽음.
제팔장. 죽음! 죽음들!
종장(終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