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나 나름대로 배려를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대학을 갓 졸업한 스물다섯의 강은하.
그녀는 자신을 입양해 준 부모의 뜻에 따라 맞선 자리에 나갔다.
그리고 자신을 구해 주었던 남자, 권규민과 재회했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무슨 의미를 갖는 자리인지. 알고 나왔다고요.”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았으면 피하고 봤어야지.
대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나옵니까?”
운명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인연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있다.
“달라지는 건 없겠다 생각했어요.”
그는 나의 구원이었을까?
나를 이 세상에 붙잡아 둘 명분이었나?
“달라져도…… 상관없겠다 생각했어요.”
어쩌면 족쇄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를 처음 만났던, 몸이 젖었던 그 순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