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아니고 남자였지. 네가 낳은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고.”
불시에 겪은 사고로 기억을 잃은 소희.
출산한 흔적은 있지만, 아이의 존재는 온데간데없다.
아이의 아빠 역시 모른 채, 한국을 떠나 살았는데.
5년 후.
회사에서 만난 대표가 소희와 낳은 아들을 키워 왔다고 말한다.
“대표님…… 저는요.”
“설마 어떻게 아이를 가졌냐고 묻는 건 아니겠지. 열렬히, 뜨겁게 했잖아, 우리.”
권태수.
그는 한오 그룹의 후계자이자, 오랜 정혼자가 있는 사람이었다.
절대로 나와는 이뤄질 수 없던 짝사랑이었는데,
내가 이 남자의 아이를 낳았다고?
“딱 6개월이야. 네가 이제라도 엄마 노릇을 할 기회.
기간이 지나면, 이번엔 우리가 너를 떠날 거야.”
“…….”
“많이 울어 줘.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니까.”
태수의 눈은 사랑에 배신당한 뒤 남은 독한 분노로 일렁이고 있었다.
도대체 잃어버린 시간 속, 나는 무엇을 상실한 걸까.
저만치 멀어져 가는 아이와 남자를 바라보며,
나는 부서진 아기 침대의 잔해를 쥔 채
세상이 끝날 것처럼 꺼이꺼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