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격리(騰格里) 사막.
영겁의 형상을 보여주듯 사구의 구릉은 그 끝이 없었다. 또한 낮
에는 불같이 뜨겁게 달아오르나 밤에는 한풍이 분다.
누군가 이 사막을 사해리(死海里)라고 불렀다. 그것은 문자 그대
로 죽음의 땅이란 뜻이었다.
그러나 이 천형의 땅에도 초지(草地)가 있었다. 대평원을 이루는
그곳에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서장산(西藏産) 황마(黃馬)와 양
떼들이 방목되고 있다.
뚜-- 뚜우-- 뚜우--
멀리서 고적(鼓笛)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방목하는 양떼를 모으는
신호로써 이곳의 풍치를 한껏 북돋우기도 한다.
딸랑... 딸랑.......
방울소리는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隊商)들의 행진을 알려주고 있
었다. 그들이 타고 가는 낙타의 목에서 울리는 소리다.
유목민의 집단인 몽고족들은 대개 족대(族隊)를 이루어 사막을 건
넌다. 이들은 양떼를 몰고 가는 무리들과 상업을 하는 대상,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낙타의 목에 걸린 채 울려대는 방울소리는 개
중 후자인 장삿꾼들의 상징이다.
딸랑... 딸랑... 딸랑.......
방울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윽고 드넓은 모래언덕 위에 일단의 대상이 나타났다. 인원은 약
오십여 인 정도, 낙타의 옆구리에 각종의 물건들을 짊어지게 했으
며 사람은 그 옆에서 걷고 있었다.
대오의 맨 앞에는 두 대의 가마가 있었다. 가마는 지역적인 특성
상 낙타의 등 위에 받쳐져 있었는데 휘장도 양피였다.
앞의 가마는 크고 뒤의 가마는 다소 작았다. 역시 낙타를 탄 우람
한 체구의 중년인이 이들 가마를 위시해 대오 전체를 인솔하고 있
었다.
그는 늠름하게 생긴 몽고인으로 양가죽 옷에 털모자를 쓰고 있었
다. 피부가 구리빛인데다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그는 타고난 신력
마저 엿보여 전형적인 용사의 모습을 제시해 주는 듯 했다.
그런데 문득 그가 허리를 꼿꼿이 펴며 움찔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의 눈길은 곧바로 먼 지평선을 향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의 위, 아스라히 바라보이는 거리에서 그
는 하나의 검은 검을 발견한 것이었다.
'저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