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 아제... 바라아제......!"
침중하게 독경을 외우던 이백여 고승들의 독경소리가
갑자기 크게 고조되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저 고
승들의 입에서 맴돌고 있던 그 독경소리는 이제 우뢰
와 같은 함성으로 장내를 뒤흔들고 있었다.
그들의 독경소리가 절정에 달하자 사대장로의 전신에
서 뻗어나온 자색광망은 마치 모래 속으로 물이 스며
들 듯 순식간에 두 남녀의 백회혈 속으로 빨려 들어가
기 시작했다.
자색광망을 두 남녀에게 전달해 준 사대장로의 몸은
이내 폭풍을 만난 듯 심하게 진동했고 그에 따라 두
남녀의 눈부신 나신은 찬란한 황금색으로 뒤덮여갔다.
쿵... 쿵!
그렇게 뜨거운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 지났을 때였
다.
계속해서 자신들의 몸에서 뻗어나오던 자광을 두 남녀
에게 주입시키던 사대장로가 갑자기 좌정한 자세 그대
로 뒤로 쓰러졌다. 그들은 이미 시들 대로 시들어 잿
빛으로 퇴색해 버린 청송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사대장로의 수염은 재가 되어 허공에 흩날리고 있었으
며 그 얼굴들은 이 순간 피골이 상접하여 마치 시신처
럼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아미타불......!"
"극락왕생불......!"
산 송장처럼 되어 손가락 하나 꿈쩍할 수 없는 그들의
입에서 미세한 불호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는 사이 단 위의 남녀는 이미 눈부신 자색광망에
뒤덮여 희미한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구... 웅!
어디선가 웅장한 범종음이 또 한 차례 울렸다.
그러자 자색광망 속의 여인은 단 위에 누웠고 남자는
그 여인의 위로 서서히 쓰러지기 시작했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